솔직히, 세스 고딘의 세 권의 책을 읽는 것은 어느 과제보다도 어려운 일 이였다. 일권을 읽고 이권을 억지로 억지로 읽었었다. 그런데 삼권까지 읽는 것은 너무 힘이 들었다. 왜 그럴까? 내가 그런 식의 사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세스 고딘의 제안은 솔깃하였다. 그는 자신의 마케팅 방법으로 보라빛 젖소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그리고 훌륭하게 그 젖소를 자신의 책이라는 상품으로 구현하였다. 그리고 마케팅의 새로운 영역인 듯 이야기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나 자신도 그 이야기에 대단한 무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읽어 내려갔고 시대를 앞서고 있는 듯한 내용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이 세 권의 책은 사실 교묘한 속임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일권의 내용이 이권에서 다시 강조되고 삼권까지도 비슷한 개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치 책에 나온 내용대로 하는 것이 대박의 지름길인 듯 말하고 있다. 사실 세스 고딘은 자신을 따르면 대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가장 어려운 방법이며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읽는 내가 욕심에 그렇게 느꼈을 뿐이지. 세스 고딘은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강화하는 과정을 총 세 권의 책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어찌됐건 세 권의 책의 형태로 나온 그의 이야기는 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문장으로, 단어로 남게 되었다. 절대 거짓이 아닌 방법으로.
중국의 옛이야기에 이런 것이 있다. 시골에 사는 한 청년이 처음으로 도시에 갔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도시의 화려하고 멋진 것들에 맘이 홀딱 반했다고 한다. 심지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느릿 느릿한 걸음걸이까지. 그래서 그 청년은 도시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배워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습하고 연습하여 그 걸음걸이를 얼추 비슷하게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시골로 돌아와서 친구들에게 그 멋진 걸음걸이를 보여주려고 하였지만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었다. 오히려 엉금엉금 기어갔다고 한다. 그 청년은 도시의 걸음걸이에 마음이 뺴앗긴 나머지 자신의 원래 걸음걸이 마저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세스 고딘의 책을 읽으면서 사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크고 화려한 것에 눈이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이 정말 마케팅 인가? 내가 내 삶을 이끌어 가는 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날 행복하게 하는 것이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니다. 난 그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저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
그게 내 진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두 달 동안의 수업 동안에 쓴 내 글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난 뭔가 대박을 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전의 내 자신에 대해서 정말 인정하고 내 경험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나에게 진정성이 무엇인지 이전의 나도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그걸 잊어버린 채, 마치 도시에 처음 온 시골의 청년처럼 남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다가 내 자신의 걸음걸이도 잊어버리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도 대박을 낼 수 있을 거라는 헛된 목표를 나도 모르게 품고 있으면서.
세스 고딘의 책에서는 마케팅 서적에는 어울리지 않는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더라. 나에게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알게 되는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그전에 내가 무엇이 될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겠다. 나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남을 보며 내 자신을 비교하고, 그리고 내 환경과 좁은 경험 이였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반성한다. 지금 내가 가진 것,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더라도 지금 내 자신에서부터 시작하면 진정성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 사실 그렇게 불안하지도 않고, 그렇게 무엇이 굉장히 필요하지도 않고, 대단한 무엇이 될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이 자리에서 내가 행복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가장 리마커블한 삶이 아닐까?
그런데, 지금 내가 물에 비친 뼈다귀를 가지려고 하다 모든 걸 잃어버린 개의 이야기처럼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행복의 열쇠’를 너무 멀리 놓쳐 버린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다시 돌아가서 주워와야겠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씨티라이프 (0) | 2012.03.26 |
---|---|
봄 (0) | 2012.03.20 |
좌절감, 그리고 무의식에 대한 나의 겉도는 이야기 (0) | 2010.04.05 |
개인적이고 피상적인 ‘교실의 의미’에 대한 질문들 (3) | 2010.04.01 |
열두 줄의 20세기 디자인사, 김민수의 문화디자인을 읽고(디자인이 갖는 의미) (0) | 2010.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