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이제는 동화에 살지 않는 너를 위해

바 람 탄 2013. 12. 3. 22:14
이제는 다 커버린 그가 말했다. 몸은 컸지만 가끔 느껴지는 말투는 어릴적 동화에서 만난 그 모습 그대로 였다.

"나는 어느 나이를 끝으로 친구를 잘 만들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너무 사람을 가리는 것 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을, 어른들을 잘 믿지 못하는 거에요. 가끔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어른들의 사회적 관계 안에서는 친구가 되는 것이 너무 어려워요. 생각할 것도 많고 지켜야 할 것도 많아요. 그런 것들을 나도 남들처럼 잘하구 싶은데 자꾸 내 몸이, 맘이 말을 듣지 않네요. " 오랜만에 자신을 잘 아는 나를 만나 그는 편안하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근데, 이제 나도 조금 달라져야 할것 같아요. "
"어떻게 달라질 건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한적 없던 그였다.

"내가 조금 더 강해져서 사람들 속의 어린아이에게 말을 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언뜻 이해는 되진 않았지만 더 묻지는 못했다. 반대쪽 지하철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며 내게 손을 흔들고 있는 당신을 보았다. 이제는 동화에 살지 않는 당신에게 나도 오랜만에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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