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트로이 메라이(꿈)

바 람 탄 2010. 3. 19. 01:43
늙은 남자는 기억해 낸다.

.

이길가의 작은 소년을

아마도 여름날의 저녁이였다.

바람은 선선히 불어 소년의 짧은 머리칼을 흔들었고,

거리는 아직 금빛으로 옅어진 낮의 색채를 띄고 있었다.

소년은 어느 집 대문 앞에서 서성인다.

담장 너머에 들려오는 그아이의 피아노소리.

담장에 등을 기댄채 털썩 앉아 눈을 감았다.

.

늙은 남자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집 담장에 손을 갖다 대었다.

어디선가 그때의 그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놀라 눈을 뜨고
이제는 낮아져버린 담장너머의 창에 보이는

피아노를 치는 늙은 여자를 본다.

긴 여름의 바람은 하얗게 센 남자의 머리칼을 흔든다.

.
.

남자의 두볼을 따라 눈물방울은 여름의 빛깔을 따라 여리게 흘렀다.

.
.

금빛의 석양을 따라 조금씩 어두워 지는 골목길에

남자는 길어지는 자신의 그림자 위에서

한방울 한방울

한음 한음

꿈을 꾸는 소년을 만났다.


.

얼마나
더 외롭고
더 슬프고
더 아파야

꿈에 닿을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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