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나무

바 람 탄 2010. 3. 19. 01:42
어느 작은 섬엔 한그루 나무가 있어

그 섬엔 오직 그 나무 한그루만 있어

누군가는 나무에게 이름을 붙혀주었고

누군가는 나무에게 노래를 불러 주었고

누군가는 나무에게 기대어 지친 사랑 얘기를 해주었지

오직 한그루만 있던 나무는

자신을 부르는 이름을 듣기 위해 두 귀를 열었고

누군가의 바램처럼 작게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지

바람이 불을때면 멋지게 노래도 부르고 말이야

나무는

많은 얘기를 들었고

많은 대답을 해주었어

그렇게 지내자

너무나 보고싶어

그대들을 너무나 보고싶어

두눈을 열었지

두눈을 열자

눈부시게 빛이 보이고

자신을 부르는 등이 굽은 난장이도 보이고

사랑을 후회하는 자신에게 기대앉은 늙은 나무꾼도 보이고

자신에게 거친 목소리로 노래를 해주는 뚱뚱한 여자도 보였어

그리고 자신이 그들이 될수 없음을 알았지.

그들 또한 자신이 될 수 없음을 알았지.

밝은 빛너머로 검은 어둠이 있음을 알았지.

자신의 발밑에 떨어지지않는 검은 그림자도 알았지.

작은 섬에 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울 수 없었고.

새들이 물어도 작은 대답조차 할 수 없었어.

.

두귀가 가슴을 울리는 죄.

두눈이 안을 향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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