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편안히 가시길

바 람 탄 2010. 3. 19. 01:39
사람들로 붐비는 사막의 이정표 아래.

책상하나 달랑 있는 곳에 하품을 하며 의자에 앉아 멀뚱 멀뚱 지나가는

낙타들을 바라보고 있다.

태양이 뜨겁다.

햇빛이라는 단어 보단 태양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것 같다.

가끔 모래바람이 불어 재낄 때면 입을 다물고 눈을 감고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그러면 이놈의 심술 굳은 바람은 다시 내얼굴을 향해 방향을 바꾸어 분다.

이런 망할...


지금은 붐비고 있지만 한참 아무도 지나가지 않고 사막이 텅빌때도 있다.

그러때면 그 심술맞은 모래바람마져 기다리곤 한다.



가끔씩 아주 곤혹 스러울때가 있다.

지난 표를 들고 와서는 다시 물로 바꿔 달라고 하는 것이다.

참...

난 표를 판다.

차표.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하루에 두번 이곳엔 차가온다.

이사막에선 거의 유일한 장거리 교통 수단이다.

하긴 이사막에선 단거리란 존재하진 않지만...



물.

물이 여기선 가치이다.

다른것은 그다지 중요함이 느껴지진 않으니.

물도 등급이 있다..그 등급에 따라 가치가 높고 낮음을 결정하고.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물은 B등급 정도 된다.

물론 찌꺼기를 걸러낸 것 말이다.



차표는 A등급으로는 500mml B등급으로는 1l면 살수 있다.

그정도 물이면 하루를 살수 있는 것이다.



멀리서 차가 온다...지평선에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작은 점이 떠오른것이다.

태양은 땅 가까이 붙어 금새 어두워 진다.

책상아래 상자에서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는다. 밤이 추워서 감기가 걸리기 쉽거든.


한남자가 터벅 터벅 나에게 가까이 온다.

"표한장 주시오"

남자는 노란 액체가 반쯤찬 물병을 책상위에 내려 놓는다.

"아 손님, 모자라는 데요..게다가 거르지도 않지 않았습니까?"

난 웃으며 말했다.

"젠장...뭐 먹은게 있어야 나오지...그게 일주일 도안 모은 거야..제발 부탁이야..더 이상은 걸어 갈 수 없다고..."

남자는 쉰목소리로 사정을 한다.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다.

가끔 이런 사람들이 있다.

이사람들은 차에 태워 줘도 결국엔 목적지 까지 도착하진 못한다.

차에서 죽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오래 걸어 다니다...차안에서 잠들면 다시 깨어 나지 못한다..

이사람들의 시신은 여러 용도로 쓰인다..

물기가 하나도 없는 가죽은 아주 가공하기 쉽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의 몸에서 버릴 것은 별로 없다.

"손님 그렇다면 이 표를 드리지요...짐칸입니다....이런 물엔 이 표밖에 드리지 못하겠군요"

사실 짐칸이 아니고 시신 운반 칸이다.

"고맙소...정말 고맙소..."

남자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연신 고맙다며...비쩍마른 얼굴에 웃음을 지어 보인다.


"부디 편안한 가시길 바라겠습니다."




부르릉.

멀리있던 차가 벌써 이 앞까지 왔다.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서 이정표 옆에 줄을 선다..

끼이익.

차가 멈추고 문이 열린다.

차장이 내려서 표를 받는다.

사람들은 피곤한 얼굴로 표를 내밀고 차에 오른다.

남자도 표를 보인다.

차장을 신경질 적인 얼굴로 남자를 처다본후 남자의 나이와 혈핵형을 물어본다.

그리고 굵은 펜으로 어리 둥절해하는 남자의 팔뚝에 쓱쓱 뭐라고 써놓는다.

그리고 차의 뒷편에 '짐칸'으로 들어 가라고 한다.

남자는 작은 문으로 차에 오른다.꽤 덥겠다고 남자는 비쩍마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차에 오르자..차장은 다시 차에 오른다.

부르릉..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차는 떠난다.

멀어져가는 차의 짐칸 문틈으로 비죽이 얼굴을 내민 남자는 나에게 고마운 듯 손을 흔든다.

"아..편안히 가시길..."

난 남자에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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