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거봐

바 람 탄 2010. 3. 19. 01:38

어린 것이 아닐까?

싶다.


23살, 너무 어린 것 같다.

.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본다.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머리가 조금 멍하다. 이런...

끼이익. 내리막에서 자전거에 브레이크를 잡으면 늘 이렇게 시끄럽다. 내리막을 내려

가고 횡단보도 앞에서 파란 불을 기다린다.

시간이 빠른 것 같다. 멀리 가고 싶어 진다.

옆에 서있는 여자를 쳐다본다. 28? 저나이 여자들은 뭔가 고민이 있는듯한 얼굴이다.

그래서 얼굴에 흠...깊이? 그런것이 느껴진다. 날 힐끗 쳐다보고 고개를 돌린다. 쳐다보는

것을 멈추었다. 예쁜 여자였다.

불이 바뀐다. 사람들은 걸어간다.

횡단보도를 건너 공원을 가로질러 빌딩들이 많은 길로 들어간다.

자전거 바퀴의 구르는 느낌이 좋다. 특히 보도로 올라가거 나 내려갈때.

그럴 때면 엉덩이를 안장에서 띠고 앞바퀴부터 "퉁"하고 떨어 트린다.

보도를 내려간다.

앞바퀴 부터 "퉁".

.

여러번 와본 길이라 최대하 간결하게 동선을 그리며 건물 앞에 멈춰섰다.

자전거를 가로수에 묶어 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경비아저씨는 서서 들어오는 나에게 경례를 해주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내 목소리는 작았다. 이상하게 큰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린다.

3층.

엘레베이터를 타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층수 이지만...이놈의 건물은 층계로 올라가기엔

입구에서 층계가 멀다.

엘레베이터 문앞에서 기다리면서 문에 비춰진 내모습을 바라본다.

그래도 잘생기진 않았나?

내자신에게 호의적으로 웃어준다.

엘레베이터를 타면 무슨일이 일어 나길 바란다.

예를 들면 이쁜 여자와 같이 탔는데 엘레베이터가 멈춘다든지.

문이 열리면 바로 물이 가득한 수영장이라든지.

아님 구름이 있고 바람이 심하게 불고 땅밑이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높은 곳이라든지.

1번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데..2번 3번은 불가능 할것 같다.

그래도 모른다.

세상은 우리 삶속에서 어느 순간에 짠-하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 줄지도 모르니깐.

그러면 난 놀라며

이렇게 말할 거다.

"거봐, 그럴 줄 알았어"

그동안은 너무 간결한 세상 이였던 것이다.

땡.

촤르르륵

엘레베이터 문이 열린다.

네모난 공간으로 몸을 집어 넣는다.

벽에 등을 기대고 거울을 바라본다. 입옆에 여드름이 생겼다. 뽀드락지 인가?

문이 닫히려는 찰나 여자가 뛰어오는 것이 보인다.

"잠깐 만요"

그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열리는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다시 천천히 열린다.

여자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내게 웃어보인다.

횡단보도에서 그 여자 이다.

문이 다시 닫힌다.

적어도 1번의 생각은 이루어 질수도 있는것이다.

좋은 향기가 난다.

여자의 옆모습을 힐끗 바라봤다. 이쁜 여자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린다.

땡.

이런. 문이 열렸다.

'아쉽네요'

난장이가 내게 웃어 보이며 1번 가능성의 문을 닫는다.

쩝.

"뭐 그럴줄 았았어"

"예?"

여자는 내가 혼잣말을 하자 어리둥절해한다.

엘레베이터에서 다이빙대에 선 수영선수처럼 힘껏 뛰어내린다.

풍덩.

파란 물방울들이 가벼운 빛깔을 내며 튀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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