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와 그녀석...
잘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럭키는 자신이 가진 슬픔을 모른척 하고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석은 그런 럭키 옆에서 럭키를 지켜주려 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위로를 받는 쪽은 항상 녀석이다. 그러기에 녀석은 럭키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녀석은 알고 있다. 자신도 럭키의 어둠을 거둬줄 만큼 빛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항상 곁에 있고 싶을 뿐이다.
기억할련지는 모르겠지만. 럭키와 그녀석이 처음 만난 장소는 우리 동네의 공원이다. 그들이 그렇게 첫만남을 가질때 난 우연찮게 그들옆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가만히 그들을 훔쳐보았었다.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나누어 낀 그들이 너무나 어색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럭키말고 그녀석, 그녀석... 너무나 어색했다. 럭키는 힐끗 힐끗 그녀석을 보며 알수없는 웃음을 지었었다.
그날은 눈이 내렸다. 첫눈...음악소리에 맟추어 찰랑거리며 흩날리던 눈송이들은 아마도 그들의 어깨위를 포근히 감싸주었을 것이다.
호수를 한바퀴 돌고 올때 쯤에 럭키는 벤치에서 일어서서 밝은 웃음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총총히 호수를 돌아 뛰어가고 있었다.
사실 난 그전에도 럭키와 녀석을 본적이 있다.
녀석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레코드점 앞에서 였다. 난 산울림 13집을 사기위해 레코드점에 들어서려 하였고, 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레코드점 쇼윈도에서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여학생을 지나쳐 레코드점으로 들어섰다.
"산울림 13집 나왔냐?"
"어. 왔냐? 야 넌 나이도 어린놈이 산울림을 듣냐?"
녀석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가요코너에 가서 산울림 씨디를 집어주었다.
"뭐, 요샌 무슨 노래 듣냐?"
녀석은 나에게 물었다.
"요새? 어- 언니네 이발관 알어? 걔네들 신선하고 좋던데..아 지금 있는데 빌려줄까?"
"응? 너 안들어도 돼냐?"
"나야. 이 산울림을 마르고 닳도록 들어야지"
난 웃으며 가방에서 언니네 이발관 씨디를 꺼내 주었다.
"음. 땡쓰- 듣고 줄게."
산울림 씨디를 사고 레코드점을 나왔을 때도 그 여학생은 여전히 문밖에 서있었다.
돌아서서 집으로 향하려는 나에게 교복의 여학생이 말을 걸었다.
"저기요. 아저씨-"
"네. 저요?"
교복을 입은 여학생에게 아저씨란 이야기를 들은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게 아니구요.."
여학생은 입술을 깨물며 망설이다가 얘기하였다.
"저기 레코드점 아저씨랑 친구에요?"
"어 얘 알아요? 친군데."
레코드점 카운터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녀석을 창을 통해 바라보았다.
"저기 아까 씨디 줬잖아요. 그거 뭐에요?"
"..."
뜬금없는 이야기에 황당해 하였었다. 그리고 난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의 씨디를 빌려주었다고 이야기 하였고, 밝은 표정으로 럭키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공책을 꺼내더니 '언니네 이발관'이라고 적어 넣었다.
"무슨 밴드이름이 이래요. 이상하다.이거 다른데서도 팔아요?"
"인디밴드에요. 아마 팔걸요. 근데 왜 물어요? "
난 미심쩍게 럭키를 처다보면서 물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럭키는 무언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이야기하고 천천히 '언니네이발관이라..'하고 혼잣말을 하며 걸어갔었다.
녀석은 종종 럭키의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었다.
녀석의 연락이 끊기기 전까지...
삼년 전쯤인가 그들은 시골 외딴 곳으로 갔다고 하였다.
언젠가 녀석이 이런 이야기를 한것을 기억이 난다.
"너 민트향이 어떤 건지 알어?"
"어? 민트향? 그거 껌에 있는 거 아닌가?"
녀석의 뜬금없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었다.그리고 녀석이 이렇게 이야기 했었다.
"흠..아냐 민트향 그거 따뜻한 향기야. 행운의 향기지"
.
그들에게 평화를.
피스-
밀키랜드 5부- 후일담 그리고...(EnD...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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