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밀키랜드-let it be (3)

바 람 탄 2010. 3. 19. 01:50

밤은 고요했었다.

일요일 밤, 하루가 다 지나고 나서야 나는 눈을 떴다.
"엄마"
일어나서 무심결에 엄마를 불러봤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제야 이 집엔 나혼자라는 것을 떠올렸다. 내 방에서 나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에는 비어있는 반찬통들과 물이 담겨있는 병밖에 없었다. 물을 꺼내서 입을 대고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거실에 가운데서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창밖은 깜깜했고 구름낀 밤하늘에 곧 비라도 올듯이 습기진 냄새가 느껴졌다.
한참을 그렇게 어린 나는 서있었다.
그리고 거실의 한구석에 피아노 곁으로 갔다.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엄마는 나에게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러줬었다.
렛잇비.

 

.

 

피아노 곁에 내겐  엄마는 지친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었다.

when i find myself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 of wisdom, let it be

"엄마 나도 이거 가르쳐줘. 나 이거 치고 싶어."
엄마는 이노래는 자주 불렀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 옆에서 작은 손으로 피아노를 함께 쳤었다.
엄마는 내게 말을 하였다.
 "세상에 모든 아픈 일들도, 슬픈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혀질 것이라는 노래란다."
그리고 난 눈을 감고 엄마의 어깨에 머릴 기대고 노래를 들었다.

 


.

 

난 피아노 앞에 앉아서 건반을 눌렀다.
c코드.
낮은 피아노의 베이스 음이 울려퍼졌다.
텅빈 집안에 피아노 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c코드 g코드 am로 진행되는 피아노 코드를 나는 차례로 눌러보았다.
울것만 같았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어둠 속에 홀로 있을때 어머니 마리아는 내 곁에 서 계셨지.
그리고 내게 말씀하셨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치유 될것이란다."

작게 떨리는 어린 내 목소리는 피아노소리와 함께 집안에 울렸다.

 


.

 


내 방에 키보드 앞에서 나는 럭키에게 이 노래를 불러줬다.
노래가 모두 끝이 나자 럭키는 한참 날 바라보았다.
"노래 참 좋다."
"응.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했던 노래야"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 지는것 같아"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슬플때마다 혼자 이노래를 부르곤 했어"
럭키는 키보드의 건반을 한음 눌러본다. 피아노의 음색이 길게 울린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혀지는 걸까?"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혀지는 거야"
럭키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픈것도 슬픈것도 다 잊혀지는 걸까?"
"그래 아픈것도 슬픈것도....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거야"
럭키는 내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랬으면 좋겠다. 럭키도 다 잊어버렸으면 좋겠다."
럭키는 어떤 슬픔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나는 묻지는 않았다.
"나 이노래 더 불러줘라. 이노래 또 불러줘"
럭키는 내게 반짝이는 눈으로 부탁을 하였다.
"흠...그래도 난 넌 잊지않을게. 슬픈일 아픈일 다잊어도 넌 잊지 않을께"
키보드의 건반을 어루만지며 난 럭키에게 약속했다. 럭키는 가만히 눈을 감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밤은 고요했다.

 


.

 


And when the broken hearted people
Living in the world agree
상처받은 사람들이 이세상에 살아가고 있지.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그리고 사람들의 상처는 시간이 치유해줄 것이야.
그대로 기다리렴.
For though they may be parted there is
still a chance that they will see
그들이 지금은 헤어져 있어도, 언젠가는 만나게 될거야.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시간은 그들을 다시 만나게 해줄거야 .
그대로 기다리렴.

 


.

 


3부 밀키랜드- let it b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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