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밀키랜드-바람이 시작되는 곳 (1)

바 람 탄 2010. 3. 19. 01:51
럭키는 긴바람의 끝을 찾아 가고 싶다고 말했었다. 세상의 모든 바람들이 출발하는 곳 그곳에 가고 싶다고 하였다. 럭키는 그곳은 아마 하늘위에 뜬 작은 섬일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곳에서 가슴이 뜨거워진 어린 바람들이 세상 곳곳을 여행을 하기 위해 땅위로 내려올 것이라고 하였다.
아마도 , 어쩌면 지금 럭키는 어린 바람들과 세상을 여행하고 있을 런지도 모르겠다.

.

하늘은 적당히 흐리고 구름사이로 간간히 햇살이 비춰오는 그늘진 어느날 이였다. 나는 커다란 밤나무 아래 누워서 흐르는 구름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나란히 누워있던 럭키는 갑자기 벌떡일어 나서 소리쳤다.
"아-우리 여행하자!!"
럭키는 항상 그렇게 엉뚱한 이야기를 내뱉었기 때문에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왜? 갑자기?"
"오늘 날씨말이야"
"날씨가 무슨?"
럭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이야기를 하였다.
럭키의 표정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왜웃어?'
"아니 그냥..그래 날씨가 뭐 어쩄는데?"
럭키의 표정이 너무도 귀여워서 하마트면 럭키에게 사랑스럽다고 이야기를 할뻔 한것을 간신히 참았었다. 럭키는 그런 표현을 정말 질색하였기 때문이다.
"날씨말이야. 적당히 흐리고 구름낀 날씨잖아. 난 전부터 이런 날씨에 여행을 떠날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거든. 근데 방금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 아.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럭키는 정말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날 것 처럼 이야기를 하였다.
난 옆으로 돌아누워서 럭키를 바라보았다.
"여행? 어디를 여행하고 싶은데?"
"흠..바람이 시작되는 곳. 세상에 나가고 싶은 어린 바람들이 궁금한듯이 고개를 내밀고 기다리는 곳. 그곳"
럭키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곳이 어디인데?"
내 얘기에 럭키는 한참 고민하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하늘을 쳐다 보았다.
"아마도..."
"그래 아마도??"
"아마도...저 하늘 위에 있는 작은 섬이 겠지?"
"하늘? 하늘에 어떻게 가려고?"
"그게 그러네, 아냐 하지만 어린바람들이 내려오기 위해 거치는 땅이 있을거야 그곳으로 가자!!"
럭키는 정말로 그런 곳이 있는 듯이 이야기를 하였다.
"아...휴...그럼 그런곳이 어디에 있는 줄알고 가자는 거야?"
"아프리카!!"
"...."
"아프리카야, 아프리카, 아프리카에 독수리들이 많이 있잖아. 아마 그곳엔 어린바람들이 독수리를 태우고 여행을 가는 것일 거야. 아마 새들은 알고 있을 거야. 바람이 시작되는 곳을"
"..."
난 가만히 럭키를 바라본채 아무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자! 준비하자. 내가 짐을 챙길께"
럭키는 정말로 짐을 챙길 태세를 하였다.
"럭키야"
럭키는 들뜬 마음으로 일어서서 집으로 향하려 하였다.
"럭키야"
"응"
럭키는 환하게 웃으며 뒤돌아 보았다.
"근데..아프리카가 여기서 좀 멀잖어. 어떻게 가려고? 그리고 난 내일도 일을 하려 가야돼. 일을 안하면 당장에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잖아"
럭키는 정말이지 -언젠가 어미를 잃은 강아지를 본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강아지와 같은 슬픈표정으로- 슬픈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여행...가자....."
"나도 너하고 떠날 수 있음 좋겠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러기 힘든 상황이잖니?"
"그래도..."
"럭키야 우리 다음에..다음에...가자. 내가 좀더 돈을 많이 벌면 아프리카로 널 데려갈께."
"..."
럭키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밑에서 일어서있는 럭키의 표정을 바라보니 금방이라도 울것만 같았다.
"럭키야..."

그후로 일주일 정도를 럭키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농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와도 럭키는 방안 침대에 누워서 꼼짝하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난 일요일이 되서야 럭키는 나에게 다시 말을 하였다.

"럭키야, 밥먹자. 밥은 먹어야지. 내가 돈 많이 벌면 여행을 갈께" 식탁에 저녁을 차리고 방안에 있는 럭키를 불렀다.
하지만 럭키는 방안에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래 럭키야 내가 약속할께. 내년에 내년에 가자. 딱 일년만 기다리면 아프리카에 함께 가자"
럭키는 침대에서 슬며시 일어나서 방문으로 뺴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정말이지..일년있으면 가는 거야?"
"그래 약속할게 일년."
"일년 뒤에 바로 오늘 11월 13일에 가는 거야! 약속하는 거야?"
"그래 약속할게 내년 11월 13일."
럭키는 방안에서 나와서 거실의 달력에 11월 13일에 표시를 하였다. 그리고 방안의 달력에도 화장실의 달력에도 모두 11월 13일을 찾아 표시를 하였다.
그리고 나서 럭키는 식탁 앞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하였다. 럭키는 배가 고팠던지 정신 없이 밥을 먹었다.
나는 그런 럭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
"럭키야"
"응?"
럭키는 입에 음식을 가득 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행복한 듯 날 보았다.
난 럭키에 입가에 붙은 밥풀을 띠어주며 말을 하였다.
"너 정말 귀여워."
"뭐야. 윽 닭살. 그런 닭살돋는 이야기 하지말랬잖아"
럭키는 입술을 비죽이 내밀고 숟가락으로 날때렸다.
"아야. 근데 귀여운걸 귀엽다고 하는게 어때서?"
"하여튼 하지마. 메롱-"
하지만 난 럭키를 바라보면서 생각하였다.
'하지만 정말 넌 사랑스러워. 일년뒤에 아프리카에 꼭 같이 가자'
"뭘 그렇게 느끼하게 쳐다봐. 밥먹는거 첨봐?"
"음..아냐. 이것도 먹고. 이것도 먹어"

하지만 결국엔 그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그 뒤로 세달 후에 럭키는 병이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1부 바람이 시작되는 곳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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