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톰, 이제 노래를 불러줘

바 람 탄 2010. 4. 4. 22:55
"불러줄게.'

두 팔을 벌린채 담장위를 체조선수처럼 몸을 기우뚱 대며 걷던  톰은 개구진 얼굴로 날 돌아보며 이야기 했다.


톰의 이야기에 난 오랜만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제야 노래를 부를 마음이 생긴거야, 톰?"

"아냐, 아냐, 난 늘 노랠 부를 준비가 되어 있다구"
톰은 자기 얘기를 증명하려는 듯 주머니에서 꼬깃 꼬깃한 종이를 한장 꺼내며 담 귀퉁이의 내 옆에 앉았다. 

난 톰이 꺼낸 종이를 보기 위해 나란히 앉은 톰의 등 뒤로 허리를 젖혔다. "그건 뭐야?"

톰은 입꼬리를 한쪽을 올리며 대답했다.
"후후후, 불후의 명곡이지. 이거 무려 내가 처음 부르는 노래라고"
톰은 그렇게 말하고 담장 밑으로 펄쩍 뛰어 내려간 후 엉덩이를 탁탁 털었다 . 

높지 않은 담장이였지만 나도 내려가는 걸 주춤하다가 이네 따라서 뛰어 내려왔다. 

 "아. 아. 아. 잘 들으라고 난 두번은 부르지 않을거야" 목을 풀려는 듯 톰은 소리를 질렀다.


톰의 금빛 머리칼 뒤로 빨갛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저 뒤로 보이는 넓게 펼쳐진 마을의 풍경을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게 될것이라 생각했다.

"이봐, 아저씨 무슨생각하는거야? 노래 부르라며. "
톰은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내게 말했다.


"응, 아무것도 아냐. 아주 오래기다렸거든 너의 노래를. 이제 서야 듣는 구나 싶어서."
그러자 톰은 주근깨진 하얀 얼굴로 활짝 웃어줬다. 

난 이제는 톰보다 훨씬 커버렸지만 톰과 눈을 맞추기 위하여 허리를 숙이고 두 팔로 무릎에 지탱하였다.
그리고 진지하게 톰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톰 이제 노래를 불러줘!"


"물론이지. 잘 들으라구!"
톰은 숨을 크게 들어마시곤
눈을 감고 노래를 시작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집과 집 사이로, 그리고 저 굴뚝 너머로
새들이 푸드득 거리는 거리 사이로
나무와 나무 사이로
그렇게 평온한 어느 저녁노을을 따라서
톰의 노래는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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