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개를 하자면 “바람탄”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만 듣는 노래’를 만들고 있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밀림닷컴이라는 아마추어 뮤지션 사이트가 있어서 등록을 하였었는데, 지금은 저작권 문제로 음원을 들을 수는 없지만 멜론에서 검색이 된다.>
내가 내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벌써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1997년 8월의 어느 날, 덩치는 크나 자신은 아이라고 생각했던 한 소년이 두 개의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유레카!”라고 외쳤던 기분으로, 대단한 발견을 한 마냥 기뻐하고 있다. 소년에게는 놀라운 발견이였다. 늘 노래를 흥얼거리며 문득 문득 지나가는 악상에 혹시 나는 존레논이 환생한 것이 아닌가 라고 혼자 생각했지만 악보도 그리기 귀찮고 뭐 누구처럼 절대음감도 아닌 그에게 카세트플레이어 두 대만 있으면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기쁜일
이였던 것이다. 그때를 바람탄씨는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음…사실 그때 제가 가지고 있는 악기는 엄마를 졸라 샀던 기타 한대 밖에 없었죠. 뭐, 기타코드가 뭔지도 사실 잘 몰랐고, 아 그때 서태지 컴백홈이 유행했어요. 하하. 제가 쫌 비트박스를 할 수 있었거든요. 뭐, 혼자 베이스 치듯 둥둥 계속 반복하면서 녹음하고 또 이 테이프 틀고 저 테이프에 녹음하면서 혼자 막 코러스 넣고, 사실 기타는 한번 치고 목소리로 한 네번 정도 녹음했어요. 음…근데 그게 쫌 그럴듯하게 들리더라구요. 당장 그 다음날 친구들에게 들려주었고 친구들은
(그당시에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바람탄씨 밖에 없었다고 한다.) 매우 신기해 하였죠.”
물론 이 사건은 인류의 역사나, 한국 대중음악계에 별 영향력 없는 사건이긴 하였지만 바람탄씨의 개인사에는 굉장한 사건이였다. 왜냐하면 그 후로 계속 그 짓을 하였기 때문이다. 』
그렇다. 노래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남에게 팔 것이 아니고 자기 스스로 만족하고 주변 몇몇에게만 들려줄 노래를 만드는 것은 말이다.
Step 1> 코드만들기
코드 만들기라고 적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코드진행을 만드는 것이다. 뭐 코드라고 해서 어려워할 것 없다. 음… 악기를 다룰 줄 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던 1도, 4도, 5도만 화음만 알아도 된다. 도미솔, 도파라, 솔시레. 요것만 알아도 아마 당신은 백곡 정도는 너끈히 노래를 만들 수 있다. 못 믿겠다고?
만약 당신이 악기를 연주할 줄 모른다면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친구 한명을 데리고 와라. 그리고 그 친구가 가장 자신있는 코드진행을 계속 반복해서 치게 해라. 이것이 노래를 만드는 첫 번째 단계이다.
헌데 정말 자기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면, 코드를 만드는 것에 좀더 집중해야 한다. 코드진행이 노래의 색깔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멜로디를 만든 다음 코드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코드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 이므로 코드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만드는 것이 좀 더 쉽겠다.
그래도 코드가 뭔지 감이 오지 않는 사람도 있겠다. 흠… 코드란 색깔 같은 거다. 뭐. 노란색이랑 파랑색이랑 섞으면 녹색이 나오고, 빨강이랑 흰색이랑 섞으면 분홍색이 나오듯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12개의 음계(音階)로 대강 섞어봐서 쫌 듣기 좋다 싶은게 코드이다.
우리가 만나는 코드들은 옛날사람들이
지들이 먼저 섞어보고 좋다 싶은 것을 이름을 붙인거다. 근데 여기서도 일정한 규칙 같은 게 발견된다. 그것에 관심 있으면 화성학에 관련된 책을 보거나, 피아노 앞에 앉아서 무수히 많은 건반들 중에 경우의 수를 생각해 가며 세 음씩 눌러보면 대강 감이 올거다.
그것이 어렵다고? 아- 그럼 아까 전에 말한 것처럼 그냥 친구한테 반주를 부탁하자.
Step2> 가사만들기 여기서 순서는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 코드진행을 먼저 만들던, 가사를 먼저 만들던,
뭐 멜로디를 먼저 만들던. 다만 나는 이런 순서로 만드는 게 젤 쉬웠었다.
이제 가사를 써보자. 일반적으로 가사와 멜로디는 같이 나오는 게 좋다. 왜냐하면 가사에 멜로디가 어울리게 할 수도 있겠지만 멜로디에도 가사가 어울려야 듣기 좋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첨부터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면 시를 쓴다고 생각하고 운율에 맞추어 가사를 쓰자.
<다음은 바람탄의 잔인한 오월에 만난 그대라는 용기있게 막 만든 곡이다. 자신감을 줄것이다.>
다음은 내가 만든(역시 나만 듣는) “잔인한 오월에 만난 그대”라는 곡의 도입부 가사이다.
잔인 하게/ 세상모두 내게/ 등 돌 리고/있 을 때-
거리는 /온통 오월의/ 금빛으 로/출렁였었지
위의 노래는 운율이 좀 특이하다. (아- 만들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그러네) 한국사람이 할 수 있는 덩기덕 쿵덕 같은 리듬이랄까? 하여튼 랩을 한다고 생각을 하며 운율(리듬)을 생각하며 가사를 써야 한다. 그리고 그게 리듬이 노래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므로 독특한 노래를 만들고 싶다면 더더욱 신경쓰면 된다.
음, 쉽지 않나? 어렵다구? 그러면 일기 쓰듯 그냥 막써라..
하하-
뭔상관인가? 팔것도 아니고- 악보에 옮겨 적을 것도 아닌데. 우선 자기만족으로 만드는 거니까-
Step3> 멜로디 만들기
아 젤 중요한 멜로디 만들기다. 음- 많은 작곡가들이 멜로디 만드는게 어렵다고 들 한다. 사실이다. 멜로디 만드는 것은 어렵다. 단, 그것이 독창적인 것이라는 전제에서 말이다. 굳이 표절이여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와 다른 어떤 노래와 비슷해도 상관없고 그저 나만 들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통스럽지도 않다.
자신이 쓴가사에 자유롭게 이렇게도 읽어보고 저렇게도 읽어보면서 맘데로 노래를 부르는 거다.
하지만, 정말 가까운 친구에게는 들려주고 싶다면 하나는 생각해야 한다.
코드에 어울려야 한다.
이걸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론상으로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진다.) 그냥 자신의 귀를 믿어라. 아까 만든 코드를 반복하며 치면서 그리고 맘가는 데로 막 불러라.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멜로디가 완성될거다.
(음, 정말 무책임한 설명이군)
Step4> 녹음하기
자 이제 나 혼자라도 들으려면 어딘가에 기록을 해야 할 것이다. 당신이 악보를 적을 수 있다면, 그리고 절대음감이라면, 그냥 생각나는 데로 악보에 적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절대음감이 아니다. 그리고 악보를 그리는 것은 굉장히 귀찮은 일이므로 그냥 녹음을 하는게 젤 좋은 방법이다.
녹음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렸을 때 썼던 방법처럼 녹음이 되는 카세트 플레이어 두 대를 준비하거나, 노트북 한대와 마이크를 가지고 오면 된다.
아무래도 노트북이 편하겠지? 노트북에는 녹음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깔아 놓자. 쓰기 쉬운 게 쿨에디트(Cool Edit)라고 하는 프로그램과 소니 사운드 포지(Sound Forge)라는 프로그램이 쓰기 좋다.
(이 두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은 굉장히 직관적이므로, 카세트 플레이어 두 대와 별 다를 바 없다, 따로 설명을 안한다. 프로그램을 구하는 방법은 네이버에게 물어봐라.)
마이크를 카세트나 노트북에 연결한다. 그리고 첫 번째 테이프(또는 트랙)에 아까 만들었던 코드진행을 반복해서 연주하여 녹음한다. 연주가 귀찮다면 Ctrl+V 신공을 이용하여 한번 녹음하고 반복해서 붙여 넣어도 좋겠다. 그 다음에 첫 번째 테이프(트랙)을 틀고 두 번째 테이프에(트랙)에 아까 멜로디를 붙였던 가사를 부른다. 여기에 더 화려하게 꾸미거나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다면 여기에 타악기를 넣어도 좋고 다른 악기를 어울리게 넣어주면 된다. 당신이 연주를 못한다면 연주할 줄 아는 친구에게 연주해달라고 하자.
그걸로 노래만들기 끝-
이제 당신은 당신 만의 노래를 만든 거다. 굉장히 쉽지 않은가? 하하하
다 적어놓고 보니, 굉장히 허무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건 뭐야?”라고 말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노래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노래를 만들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노래를 만들 수 있었다. 요새 두살이 된 조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다. 조카는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그 아이만의 독특한 리듬과 높낮이를 사용하며 의사를 전달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독특한 높낮이가 있고 그 높낮이가 바로 멜로디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친구들과 떠드는 그 이야기도 사실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래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들을까라는 생각만 배제한다면.^^ 자신이 듣기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에서 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자, 이제 카세트플레이어 두 대를 가지고 당신만의 노래를 만들 준비가 되었는가?
소년이여, 기타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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