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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20

밀키랜드-후일담 그리고...(5)

럭키와 그녀석... 잘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럭키는 자신이 가진 슬픔을 모른척 하고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석은 그런 럭키 옆에서 럭키를 지켜주려 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위로를 받는 쪽은 항상 녀석이다. 그러기에 녀석은 럭키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녀석은 알고 있다. 자신도 럭키의 어둠을 거둬줄 만큼 빛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항상 곁에 있고 싶을 뿐이다. 기억할련지는 모르겠지만. 럭키와 그녀석이 처음 만난 장소는 우리 동네의 공원이다. 그들이 그렇게 첫만남을 가질때 난 우연찮게 그들옆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가만히 그들을 훔쳐보았었다.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나누어 낀 그들이 너무나 어색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럭키말고 그녀석, 그녀석... 너무나..

픽션 2010.03.19

밀키랜드(6) - 아마 늦은 여름이였을 거야.

"나 참, 이게 무슨 이야기냐? 그래, 왜 럭키랑 그녀석? 얘는 왜 이름이 없어? 그래 얘네들은 거기 시골은 왜갔데냐?" 동아리 방 컴퓨터 앞에 앉은 형진이는 내가 쓴 글을 죽 읽더니 그렇게 시비를 걸었다. "뭐야? 시비거는 거야? 야! 한번 읽어 보랬지. 누가 시비걸랬어?" 남의 비판을 수용할 만큼 마음이 넓지 않은 나는 또 이렇게 화를 내고 만다. 내가 읽으라고 해놓고. "어, 누나 왜 이래. 누나가 읽어보라며? 난 순수하게 평을 하는 거야. 치- 이까짓 글 나 아니면 누가 읽어 주겠어? 와 근데 이거 너무 순정만화틱 한데. 누나, 순정만화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순정만화? 아냐. 이게 어째서 순정만화란 말이냐? 난 좀 더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관계말이야. 관계!!! "이..

픽션 2010.03.19

send your sons to die

"하아-하-" 하얗게 입김이 눈앞에 뿌옇게 서린다. 벽에 등을 기댄채 숨을 고르고 있다. 고개를 벽에 대고 하늘을 보니 파랗게 보라빛으로 새벽의 공기가 차갑게 와닿는다. 떠나온 나의 고향의 새벽하늘빛과 같구나. 이 하늘 빛과 같은 나의 고향. 항상 어머니는 보라빛의 새벽이 올때쯤에 바다가 보이는 언덕으로 모습을 보이셨다. 머리에 큰짐을 들고 내게로 걸어오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밤새 졸며 그 길가에서 기다렸었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본다. 다섯시 오십이분. 이제 만하루가 지났다. 다시 몸을 추스려 일어나려 한다. 땅바닥에 손을 짚으니 흥건히 피가 고여 찐득히 손바닥에 젖는다. 자켓을 벗고 티셔츠를 벗었다. 북-. 티셔츠를 찟어 총상을 입은 오른쪽 허벅지를 감았다. 다시 벽을 짚고 일어서려 한다. 눈앞이..

픽션 2010.03.19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 지라도

J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잊어버린거네, 벌써 이럴줄 몰랐지만... 그녀는 J의 혼잣말에 "뭐라고?"라고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J는 자신에게 한 말이였다. 그러니까 어느날 부터인가 봄날에 꽃잎 떨어지듯이 흔적없이 그녀의 존재가 자신에게 사라진 것을 이렇게 그녀를 마주하고 나서야 깨닫게 된것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 그녀의 모습은 행복에 보이는 것일까? 어느만큼 그녀는 나와 멀어져 버린 것일까? J는 대답을 듣기까지 생각하였다. "뭐, 그렇지 이제 일도 익숙해 지고 지낼 만해.." 남자친구는? 왠일일까?괜히 남자친구이야기를 꺼내고 만다. J는 손끝으로 얼음이 담긴 컵에 송송히 맺힌 물기를 닦아내며 물어봤다. "잘지내, 잘지내고 있대" 다행이네. 할말이 없다. 더이상 나눌 이야기가 없는 ..

픽션 2010.03.19

트로이 메라이(꿈)

늙은 남자는 기억해 낸다. . 이길가의 작은 소년을 아마도 여름날의 저녁이였다. 바람은 선선히 불어 소년의 짧은 머리칼을 흔들었고, 거리는 아직 금빛으로 옅어진 낮의 색채를 띄고 있었다. 소년은 어느 집 대문 앞에서 서성인다. 담장 너머에 들려오는 그아이의 피아노소리. 담장에 등을 기댄채 털썩 앉아 눈을 감았다. . 늙은 남자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집 담장에 손을 갖다 대었다. 어디선가 그때의 그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놀라 눈을 뜨고 이제는 낮아져버린 담장너머의 창에 보이는 피아노를 치는 늙은 여자를 본다. 긴 여름의 바람은 하얗게 센 남자의 머리칼을 흔든다. . . 남자의 두볼을 따라 눈물방울은 여름의 빛깔을 따라 여리게 흘렀다. . . 금빛의 석양을 따라 조금씩 어두워 지는 골목길에 ..

픽션 2010.03.19

나무

어느 작은 섬엔 한그루 나무가 있어 그 섬엔 오직 그 나무 한그루만 있어 누군가는 나무에게 이름을 붙혀주었고 누군가는 나무에게 노래를 불러 주었고 누군가는 나무에게 기대어 지친 사랑 얘기를 해주었지 오직 한그루만 있던 나무는 자신을 부르는 이름을 듣기 위해 두 귀를 열었고 누군가의 바램처럼 작게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지 바람이 불을때면 멋지게 노래도 부르고 말이야 나무는 많은 얘기를 들었고 많은 대답을 해주었어 그렇게 지내자 너무나 보고싶어 그대들을 너무나 보고싶어 두눈을 열었지 두눈을 열자 눈부시게 빛이 보이고 자신을 부르는 등이 굽은 난장이도 보이고 사랑을 후회하는 자신에게 기대앉은 늙은 나무꾼도 보이고 자신에게 거친 목소리로 노래를 해주는 뚱뚱한 여자도 보였어 그리고 자신이 그들이 될수 없음을 알..

픽션 2010.03.19

내가 만난 고양이

촤르륵. 나는 이렇게 자전거 체인이 돌아가는 소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두 다리를 저어서 가벼운 밤바람를 가르며 도로의 소음을 피해 이리저리 떠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쉬이익 귓가에 들리는 바람소리 어릴 적 꿈에서 날기 위해 두다리를 젓는 것 처럼 내 노란 배를 타고 두다리를 노 삼아 저으면 두둥실 적당히 떠다닐 수 있는 것이다. 노오랗게 부서진 공원의 가로등 빛깔로 칠해진 까만 밤을 그날도 그렇게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쉬이익 차르륵 적당히 마주보고 서있는 가로수들을 지나, -적당히 마주보고 서있는 사람들을 지나 한무리의 호숫가에 사람들을 지나, -한무리의 호수의 오리들을 지나 작은 휘파람을 흘리며, 내가 좋아하는 비틀즈 컬렉션-헤이 주드, 썸씽, 옐로 써머린, 컴 투게더, 흘러가듯 공원의 도로를 따라 ..

픽션 2010.03.19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가끔 공포스럽다. 이런 얘기 한적이 있던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발밑의 층계들이 마치 공장의 생산라인 벨트 같고, 끊임 없이 루프되는 에스컬레이터의 주의 사항에 대한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는 이대로 날 조각 조각 분해해 버릴 것 기분을 느끼게 만들지. 그리고 가장 공포스러운건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무심한 표정이야. 조각 조각 분해된 내 몸 조각이 그들의 발 밑에 흩어져도 그대로 목적지 까지 편안하게 올라갈 테니 말이야. 그 무심한 표정으로 말이야. 어디로 가십니까? 의정부방면은 이쪽. 인천방면은 이쪽. 표지판을 쳐다보고 나도 별스런 마음 없이 한쪽 방면을 정하지.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린다. 적당히 붐비는 지하철 플렛폼. 강처럼 흐르는 지하철 레일을 경계로 이쪽. 저쪽. 사..

픽션 2010.03.19

편안히 가시길

사람들로 붐비는 사막의 이정표 아래. 책상하나 달랑 있는 곳에 하품을 하며 의자에 앉아 멀뚱 멀뚱 지나가는 낙타들을 바라보고 있다. 태양이 뜨겁다. 햇빛이라는 단어 보단 태양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것 같다. 가끔 모래바람이 불어 재낄 때면 입을 다물고 눈을 감고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그러면 이놈의 심술 굳은 바람은 다시 내얼굴을 향해 방향을 바꾸어 분다. 이런 망할... 지금은 붐비고 있지만 한참 아무도 지나가지 않고 사막이 텅빌때도 있다. 그러때면 그 심술맞은 모래바람마져 기다리곤 한다. 가끔씩 아주 곤혹 스러울때가 있다. 지난 표를 들고 와서는 다시 물로 바꿔 달라고 하는 것이다. 참... 난 표를 판다. 차표.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하루에 두번 이곳엔 차가온다. 이사막에선 거의 유일..

픽션 2010.03.19

거봐

어린 것이 아닐까? 싶다. 23살, 너무 어린 것 같다. .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본다.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머리가 조금 멍하다. 이런... 끼이익. 내리막에서 자전거에 브레이크를 잡으면 늘 이렇게 시끄럽다. 내리막을 내려 가고 횡단보도 앞에서 파란 불을 기다린다. 시간이 빠른 것 같다. 멀리 가고 싶어 진다. 옆에 서있는 여자를 쳐다본다. 28? 저나이 여자들은 뭔가 고민이 있는듯한 얼굴이다. 그래서 얼굴에 흠...깊이? 그런것이 느껴진다. 날 힐끗 쳐다보고 고개를 돌린다. 쳐다보는 것을 멈추었다. 예쁜 여자였다. 불이 바뀐다. 사람들은 걸어간다. 횡단보도를 건너 공원을 가로질러 빌딩들이 많은 길로 들어간다. 자전거 바퀴의 구르는 느낌이 좋다. 특히 보도로 올라..

픽션 201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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