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긴 겨울코트를 입고 있었다. 날은 제법 추워지기 시작하였던 11월로 기억한다. 오랫동안 서랍에 잠들어 있던 겨울냄새가 나는 코트를 입고서 나는 거리를 나섰다. 해는 막 마지막 빛을 땅위에 쪼이고 긴어둠에 몸을 숨기려 하였었다. 거리에 사람들은 저마다 몸의 열기를 뺏기지 않으려는 듯이 잔뜩 움크린 채로 혹은 둘이 붙어있는 채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때에도 나의 시간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속도로 흐르는 듯 하였다. 째깍.쨰깍. 손목시계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채 사람들의 시간의 흐름에 다가서려 하였다. 쨰깍.째깍. 시침은 재잘재잘 말을 걸듯이 내 귀를 간지럽혔다. 이름없는 새 한마리가 머리위로 푸드득 날아가버린다. 도시의 비둘기. 88올림픽 이후로 우리나라의 산비둘기는 사라져만 간다. 사마란치 위원장이 ..